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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서 부작용 속출”…플랫폼 차별 부담도 [전 세계 몰아친 10대 디지털 셧다운, 한국의 선택은]②

이지완 기자 입력 2026.03.16 08:00
  • 한국, 청소년 SNS 이용 금지 미온적
    과거 게임 셧다운 실패…디지털 규제 리스크
서울 시내 한 중학교에서 하교하는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이코노미스트 이지완 기자] 대한민국이 조용하다. 호주에서 시작돼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는 청소년에 대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금지 규제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한국이 SNS 이용 금지 흐름에서 벗어나 있는 이유로 과거 강제적 게임 셧다운 실패 사례와 플랫폼 규제에 대한 부담감을 꼽는다.

한국은 비껴간 SNS 금지 바람

청소년 SNS 금지를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시행한 국가는 호주다. 지난해 말 호주가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 대한 SNS 이용을 금지한 뒤 프랑스 등 주요 유럽 국가들이 본격적인 정책 검토에 돌입했다. 이달에는 인도네시아 등도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SNS 이용을 금지하는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할 예정이다.

전 세계가 청소년의 SNS 강제 금지로 시끄럽지만, 한국은 이런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 오히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는 현재 흐름과 상반된 한국형 규제(선택형 규제)를 고민하는 상황이다.

제22대 국회(2024~2028년)에서도 청소년의 SNS 이용 자체를 강제로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의안은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 이용 한도를 설정하거나 추천 알고리즘을 관리하는 수준이다.

정부와 국회의 이런 신중론 뒤에는 ‘게임 셧다운제’라는 과거 실패 사례가 숨겨져 있다. 정부는 청소년의 무분별한 게임 이용을 막고 학습권 및 수면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난 2011년 게임 셧다운제를 시행한 바 있다. 이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 시간(자정부터 오전 6시) 온라인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것이 핵심이다.

당시 정부는 게임 중독·과몰입 등을 사회적 질병으로 보고 게임 셧다운제를 강행했다. 하지만 이해관계자(시민단체·이용자·기업)의 반발이 계속됐고, 모바일 이용 환경 변화와 우회 접속 등에 따른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지난 2021년 제도 도입 10년 만에 폐지됐다.

게임 셧다운제는 국민의 자율권이 침해되는 정책이 성공할 수 없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호주 등이 시행하는 청소년의 SNS 이용 금지 정책도 마찬가지다.

이미 호주의 강제적 정책도 게임 셧다운제와 유사한 결과를 낳고 있다. SNS 이용이 금지된 현지 청소년들은 타인의 신분증을 도용하기 시작했다. 이를 정부 당국이 막을 방법은 없다. 정부 당국의 관리·감독에는 물리적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호주 현지에서는 정부의 SNS 규제 정책이 크게 와닿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호주 시드니에 거주 중인 직장인 안모씨(36세)는 “정부에서 아이들의 SNS 사용을 금지했지만, 이용하려는 아이들은 여전히 다 하고 있다”며 “주변 사람들의 ID(운전면허증)로 계정을 만들어 그대로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호주 퍼스에 거주 중인 직장인 이모씨(35세·여)는 “애초 예상과 달리 정부에서는 생각보다 강력하게 아이들의 SNS 이용을 통제하는 것 같지 않아 보인다”며 “VPN(가상 사설 네트워크) 우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아이들은 SNS를 쓰고 있다. 또 틱톡은 접속이 안 되고 인스타그램은 되는 등 여전히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버른에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학생들. [사진 AFP/연합뉴스]

한미 갈등으로 번진 디지털 규제 부담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청소년 SNS 이용 금지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또 다른 이유로 ‘디지털 규제 리스크’를 꼽는다. 한미 양국은 지난해부터 디지털 규제로 인한 플랫폼 차별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한미 갈등의 시발점이 된 것은 쿠팡이다. 지난해 11월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확인된 이후 정부 및 국회가 연일 쿠팡을 질타했다. 이후 국회 청문회가 연이어 진행됐고 고용노동부 및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나서 쿠팡 현장 조사에 착수하기도 했다.

결국 미 의회 및 전현직 의원들이 나서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쿠팡 모회사인 쿠팡Inc의 투자사인 그린옥스·알티미터는 한국 정부의 쿠팡 관련 대응에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철회했지만, 이들은 미국무역대표부에 무역법 301조에 의거한 조사 개시를 요구하는 청원을 제출하기도 했다. 미국 무역법 301조는 외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이 미국 상거래를 제한할 경우 관세 부과 등의 보복 조처를 하도록 규정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도 한국 정부의 디지털 규제에 유독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쿠팡 사태를 비롯해 최근 국회에서 통과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허위조작정보근절법)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표한 상태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최근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듯 미국 빅테크 기업, 플랫폼에 대한 규제는 한미 양국 간 갈등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요소 중 하나임이 분명해 보인다”며 “성급한 규제는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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