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섣부른 ‘10대 디지털 셧다운’…아이들 기회 빼앗는 일 [전 세계 몰아친 10대 디지털 셧다운, 한국의 선택은]③

이지완 기자 입력 2026.03.16 09:00
  • 무조건적인 SNS 금지…오히려 역효과 불러
    청소년 이용자 보호 위한 안전 장치는 필요
서울 시내 한 중학교에서 하교하는 학생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모습. [사진 연합뉴스]

[이태경 성균관대 아동청소년학과 교수] 우리는 지금 스마트폰이 일상이 된 시대에 살고 있다. 요즘 아동·청소년의 하루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재구성되고 있다. 친구와의 대화는 메신저로 진행된다. 과제를 위한 정보는 검색 또는 영상 플랫폼 등에서 찾는다. 쉬는 시간에는 짧은 영상이 계속해서 재생된다. 저녁이 되면 온라인 공간에서 또래와 소통한다. 이제 디지털 환경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아이들이 관계를 맺고 정체성을 형성하는 또 하나의 생활 공간이 됐다.

밝은 면과 어두운 면 공존

이런 변화는 분명하게 긍정적인 측면을 지닌다. 온라인 공간은 또래와의 연결을 더욱 촘촘하게 만든다. 멀리 떨어져 있는 가족과도 편하게 소통할 수 있고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친구와 새로운 관계를 형성할 수도 있다. 대면 관계에서 위축을 느끼는 청소년에게는 SNS가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자기표현의 장이 되기도 한다. 관심사 기반의 온라인 커뮤니티의 경우는 소속감을 강화하고 다양한 의견을 접하며 시야를 넓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디지털 공간이 때로는 위로의 공간이 되고, 때로는 배움의 공간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밝은 면만을 이야기할 수는 없다. SNS에는 개인이 타인에게 보여 주고 싶은 모습이 중심이 돼 게시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주로 ▲성취 ▲외모 ▲즐거운 경험처럼 긍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장면들에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그 결과, 자신과의 비교 속에서 일부 청소년은 자신을 낮게 평가하게 되고 자존감의 흔들림을 경험한다. 그뿐만 아니라 우울과 불안이 뒤따르기도 한다.

심리학에서 제시하는 ‘스트레스 생성 관점’에 따르면 이런 정서적인 취약성은 이후의 대인관계 속에서 새로운 갈등이나 부정적인 상호작용을 만들어내는 요인으로 작동할 수 있다. 아동·청소년 시기는 친구 관계 혹은 부모 및 자녀 관계가 매우 중요한 시기다. 이를 고려해 본다면 온라인에서 형성되는 부정적인 자기 인식이 부정적인 또래 관계나 부모 및 자녀 관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는 단순한 기분 문제를 넘어 장기적인 사회적 발달 경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라고 판단된다.

또한 과도한 SNS 사용은 생활 리듬을 무너뜨릴 수 있다.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화면 사용은 수면 부족을 초래한다. 이는 집중력 저하와 학업 수행의 어려움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신체 활동이 줄어들면서 건강 문제와 연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SNS는 더 이상 가벼운 오락 수단이 아니라 ▲정서적 ▲인지적 ▲신체적 발달 전반과 맞닿아 있는 환경이라는 점을 직시해야 한다.

전 세계 확산세…10대 SNS 강제 금지

이런 이유로 일부에서는 연령 제한 강화나 전면적인 차단을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호주를 비롯한 다양한 국가에서는 청소년의 SNS를 금지하는 제도를 시행 또는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 사회에서도 비슷한 제도를 도입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오는 것이다.

물론 일정 수준의 규제와 보호 장치는 필요하다. 그러나 디지털 환경이 사회 전반에 깊이 스며든 현실에서 완전한 차단은 실효성이 매우 낮다고 본다. 오히려 비공식적인 사용을 늘리거나 부모와 자녀 사이의 갈등을 키울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디지털 세상에서 필요한 판단력과 책임감을 스스로 익힐 기회 자체를 빼앗길 것으로 우려된다.

이 문제의 핵심은 SNS를 ‘사용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있다.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나이에 적합한 사용 시간의 설정 ▲부모와 자녀 사이의 꾸준한 대화 ▲학교에서 이뤄지는 디지털 시민성 교육 등이 함께 병행돼야 한다.

동시에 플랫폼 기업에는 청소년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기술적·제도적 안전장치를 강화할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인지시켜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온라인에서 접하는 정보와 관계를 비판적으로 해석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감정을 스스로 조절하며 삶의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SNS는 청소년 발달에서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또 반대로 성장의 자원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으로 기울어질지는 매체 자체의 속성보다 그것을 둘러싼 환경과 이를 사용하는 아동·청소년의 역량에 달려 있다. 그렇기에 필요한 것은 일괄적 차단이 아니라 건강한 사용 능력을 기르는 일이다. 이제 우리는 통제 중심의 접근을 넘어 교육과 신뢰를 토대로 한 보다 균형 잡힌 해법을 모색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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