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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은 ‘甲’ 아냐”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 ‘AI 은행’ 승부수

김윤주 기자 입력 2026.04.08 14:45
  • AI로 초개인화 금융 서비스…“도구 아닌 비서로 진화”
    인니·태국 이어 몽골 진출…스테이블코인·M&A로 확장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2026 프레스톡’에서 회사의 미래 전략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뱅크]

[이코노미스트 김윤주 기자] “지금까지의 금융업은 라이선스 업자가 ‘을’인데도 ‘갑’처럼 끌고 왔지만, 미래에는 고객들의 삶을 편리하게 해주는 금융사만이 살아남을 것입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가 ‘금융의 권력 구조’ 자체를 뒤집겠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은행이 주도하던 시대에서 고객 중심으로, 더 나아가 인공지능(AI)이 먼저 움직이는 금융으로의 전환을 선언한 것이다.

윤호영 대표는 4월 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에서 열린 ‘2026 프레스톡’에서 카카오뱅크의 미래 전략을 공개했다. “AI 기술로 모두에게 최적화된 금융 비서를 제공하고, 전 세계로 무대를 확장해 새로운 금융 혁신의 역사를 써내려 가겠다”고 밝혔다. 이날 그는 카카오뱅크를 ‘AI 네이티브 뱅크’(Native Bank)로 전환하겠다고 했다.

송금 넘어 자산관리…핵심 동력은 ‘AI’

카카오뱅크는 2700만 고객 기반과 70조원 규모의 수신 경쟁력을 토대로, 기존의 ‘돈을 보내고 받는’ 기능을 넘어 ‘쓰고 불리는’ 경험으로 고객 가치를 확장한다. 올해 2분기에는 다양한 금융상품을 비교·투자하는 ‘투자 탭’을 신설하고, 3분기에는 흩어진 결제 정보를 한데 모아 관리하는 ‘결제홈’을 선보일 예정이다. 

퇴직연금 시장 진출도 공식화했다. 2030세대부터 시니어까지 아우르는 ‘평생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며 고객 생애 전반을 포괄하는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번 전략의 핵심 동력은 ‘AI’다. 카카오뱅크는 2700만 고객의 독점적인 ‘앱 온리’(App-only) 데이터와 금융 특화 대형언어모델(LLM)을 결합해 타사가 모방할 수 없는 ‘초개인화 AI 서비스’를 구현할 계획이다. 결제홈에서는 고객의 결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가 맞춤형 금융 가이드를 제공하는 ‘AI 소비관리’ 기능이 적용된다. 투자 탭에는 투자 의사결정을 돕는 AI 기반 투자 에이전트가 탑재될 예정이다.

윤 대표는 “금융 앱 기능이 많아질수록 고객은 필요한 것을 찾기 어려워지는 ‘확장의 역설’이 나타난다”며 “복잡한 금융 문제를 AI가 먼저 찾아 해결해주는 것이 카카오뱅크가 추구하는 미래”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금융 서비스는 고객이 직접 찾아 사용하는 ‘도구’였다면, AI 시대 금융은 고객에게 먼저 다가가는 ‘비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호영(가운데) 카카오뱅크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페어몬트 앰배서더 서울에서 열린 ‘2026 프레스톡’에서 티고르 M.시아한 슈퍼뱅크 대표(왼쪽), 뿐나맛 위찟끌루왕싸 뱅크X 대표와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카카오뱅크]

인니·태국 성공 넘어 ‘몽골’로…글로벌 전략 가속

카카오뱅크의 글로벌 확장 전략도 구체화됐다. 이날 행사에는 카카오뱅크의 글로벌 파트너사인 인도네시아 ‘슈퍼뱅크’와 태국 ‘뱅크X’의 대표이사(CEO)도 참석해 협력 성과를 공유했다. 

카카오뱅크의 첫 투자처인 인도네시아 슈퍼뱅크는 지난해 말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에 상장하며 현지 시가총액 1위 디지털 은행으로 자리 잡았다. 티고르 M.시아한(Tigor M.Siahaan) 슈퍼뱅크 CEO는 “카카오뱅크와의 협업은 단순한 투자지원이 아니라, 디지털 뱅킹을 포함한 인도네시아 모든 은행 산업에 의미 있는 혁신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는 태국의 SCBX 그룹과 설립한 합작법인 ‘뱅크X’를 통해 2027년 상반기 가상은행 영업 개시도 앞두고 있다. 뿐나맛 위찟끌루왕싸(Punnamas Vichitkulwongsa) 뱅크X CEO는 “태국 내에 재무계획을 제대로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10명 중 1명에 불과하고 가계부채는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라면서 “지금까지 태국의 은행은 사람들을 돕는 역할을 하지 못했지만, 뱅크X는 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카카오뱅크는 새로운 진출 국가로 ‘몽골’을 낙점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카카오뱅크는 몽골 금융기관에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독보적인 신용평가모델(CSS) ‘카카오뱅크 스코어’의 노하우를 전수할 예정이다.

윤 대표는 “몽골은 크레딧 레이팅 스코어가 잘 안 돼 있어서, (카카오뱅크의 노하우를) 전수받길 원했다”며 “몽골 측 회사가 디지털로 유망한 회사여서, 글로벌 파이프라인의 하나로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추후 카카오뱅크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발행과 유통을 주도해 전 세계 자산을 잇는 ‘글로벌 커넥터’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도 제시했다.

윤 대표는 “스테이블코인 관련 법이 제정되면, 발행 라이선스를 따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면서 “이후 발행된 코인들이 실생활에서 일반 통장 자금처럼 사용되게끔 하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카카오페이 등 파트너들과 미래 잠재력이 있는 영역에 진출할 것”이라며 “캐피탈사 직접 진출이나 인수·합병(M&A), 결제·투자 등 전 영역에서 M&A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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